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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드

도깨비 E05

뽀리너 2017. 2. 3. 22:54

그 아이의 웃음에,

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의 햇빛에

생이 부서지던 순간이 떠오른 그 순간, 나는 결심했다.


나는 사라져야겠다.


더 살고 싶어지기 전에. 더 행복해지기 전에.

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. 이 생을 끝내는 것.

내가 그렇게 싫어요?

뭐가 어떻게 싫으면 이렇게 슬플수가 있어요.

비가 주룩주룩 오네 뭐.

이쪽엔 바로크풍 의자를 두는게 좋겠어.


사진관이냐?


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파스텔톤의 @#@%가 좋아.


유치원이냐?


여긴 19세기 낭만파 그림을 걸고 여긴 벽난로가 좋겠군.


펜션이냐?


저쪽에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벽지를 바르고....


모델하우스냐? 내손님이야~


내집이야~


제방이에요~

오늘은 내방에서 자.


아저씨랑 같이요?


쓰읍!


아니야!


그럼 아저씨는요?

나의 유서는 죽음을 앞두고 남기는 말이 아니다.

신이여.

나의 유서는 당신에게 죽음을 달라는 탄원서이다.

이 삶이 상이라 생각한적도 있으나

결국 나의 생은 벌이었다.


그 누구의 죽음도 잊히지 않았다.

그리하여 나는 이 생을 끝내려 한다.

허나,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...

두분이 이모양이시니까 사람을 못쓰는구나...

나중에 들고 나갈일 생각하면 다 짐이에요~


그게 무슨소리야?


남녀사이 모르는 거잖아요. 제가 나갈수도 있죠.


말고, 나중에 들고나간다니 무슨 소리냐구.

누가 나갈때 준데?

올라오실 거였는데 이거 다 저한테 들려보내신거에요?


내 손은 좀 쉬어야되서.



이 곳은 천국일까요? 맘에 꼭 들어요.

직접하신거에요?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?


이걸 다~~직접하는 맘으로 부탁했어.


으음......

넌 꿈이 뭐니, 뭐가 되고싶어?

이렇게 많이 먹으면서 검도 안빼주고 공부만 하는 넌 꿈이 뭐냐구.

저 효용가치 없어져서 아저씨가 저 쫓아내면 어떡해요

그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공부가 안되가지구....


공부도 안되는데 간식은 왜 꼬박꼬박 다먹어?

그니까 제가 오백 해주고 치워달라고 했을때 해주셨음 얼마나 좋아요?


야 암만 그래도 어? 내가 명색이 물이고 불이고 있다가도 없는 그건데...

현금박치기를 어떻게 해? 상스럽게...


아우...제가 다 고급지게 받죠~

오백 해줘...


아 자...자꾸 고백을 하래 넌!


야 그리고 너! 야 뭐 묻기만 하면 사연이, 어?

무서워서 묻겠냐?

나 위할꺼면 남친이나 내놔요!!


여기 있잖아 니 남친!!!


여기 어디! 여기 어디!


여기! 니 앞에! 나!

900년 만의 실언이군.

따지자면 남친이 아니라 남편인데...

가서 소상히 정정을 해야하나...


몹시 곤란하군....

자연스럽게 배고프다고 할까요?

그럴래?

그럼 내가 자연스럽게 소먹을래? 해볼께.


아저씨 옷 입으세요.

다 입었어. 가자. 가자~~

나는 사라져야겠다...

예쁘게 웃는 너를 위해...내가 해야하는 선택...

이 생을 끝내는것.....


결국 난....그 선택을 했구나...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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